정사이야기

아름다운 곳, 행복한 시간

체험후기

430년 고택에서 느껴보는 선비문화와 정신

옥연정, 그 곳에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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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원재
댓글 0건 조회 5,070회 작성일 14-10-1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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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길가에도 은행이 밟히고 나뭇잎이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걸 보면서 오늘도 난 옥연정을 떠올린다.

 

옥연정을 다녀 온지 이제 겨우 십여일이 지났을 뿐인데도 가을이 더 깊어가면서 시시각각 다른 아름다운 운치를 보여줄 그 경치를 행여

놓칠까바 아쉽기까지 하다. 나이 마흔이 넘어 첨으로 안동을 찾게되고 옥연정을 알게 된 것에 늦은감은 있으나 내 인생에 언제든 쉬어갈

쉼터를 발견하게 된 것에 감사하고 서애선생의 15대종손이신 류창해선생과 종부 이혜영 사모님과 맺은 귀한 인연에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옥연정을 찾은 건 뜨거웠던 지난 8월 중순이었다. 우연히 TV를 보다 EBS 한국기행 안동고택편에 나온 옥연정을 보았고 운 좋게 세심재 우측방에 하루 묵어갈 기회를 얻었다. 비록 하룻밤이었지만 그날의 즐거움과 행복, 선생님과 사모님이 베풀어 주신 인정과 고마움을 나는 그날의 일기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옥연정사의 추억


옥연정은 이번 안동여행에 하룻밤 묶었던 서애 류성룡선생의 정사이다.
16세기말 임진란 바로 몇해 전에 낙향하면서 지어진 곳이니 족히 430년쯤 된 고택이다.
서애가 기거하면서 임진란 후기인 징비록을 집필한 곳이기도 하고 지금은 풍산류씨 차종손부부가 살고계신다.

 

풍산류씨가 어떤가문인가.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가 오셨을 때 직접 맞이한 하회마을 아니 우리나라 제일의 대가가 아닌가.
옥연정에서 하루 우연히 묵게된 것은 이번 여행 최고의 행운이었다. 차종손께서 직접 자기집에 온 손님마냥 맞아주시고 새벽부터 서애가 그랬던 것처럼 같이 부용대를 올라가 주시고 하회마을 가이드를 직접 해주셨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출금지역인 풍산류씨 종가 충효당 안채를 데리고 가서 종손(연로하신 차종손의 아버지)에게 직접 인사도 시켜주시고 엘리자베스여왕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툇마루에 앉아 종손부가 내주시는 식혜를 마셨다.

 

밤이 되어 술한잔 하자시며 세커플을 부르시더니 안동오기전 EBS 다큐에서 나올때 빚었던 술이라며 류씨가문서 대대로 내려오는 가양주를 내주셨다. 세번 제조한 삼양주, 다섯번 제조한 오양주가 나올때 쯤 분위기는 최고였다. 6백년 전통대가의 종손과 증권사애널, 고고학자, 다자이너 등 다양한 사람들이 첨 모여 4백년 넘는 고택 평상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밤 12시까지 가진 시간은 정말 꿈만같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감사합니다. 류창해차종손 선생님! 좋은 인연으로 기억하겠습니다. 다음에 갈땐 사모님이 직접 내려 주시는 차한잔하고 싶습니다. 

 

로부터 채 한달 반이 지나지 않아 시월초 나는 다시 옥연정을 찾았다.

지난 8월의 하룻밤으로는 모자라 이번에는 2박 3일 일정으로 옥연정의 원락재에 묵었다.

원락재는 논어의 귀절  '유붕(有朋)이 자원방래(自遠方來)하니 불역락호(不亦樂乎)에서 지은 것이다. 말년에 귀향한 서애선생이 가끔씩 찾아오는 반가운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이 담겨있는 이름일 것이다.

 

이번에 다시 옥연정을 찾은 것은 지난 8월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안동국제탈춤축제의 하일라이트인 선유줄불놀이도 보고 싶었거니와 8월 방문때 몸이 편치 않으셔서 뵙지 못 했던 사모님을 다시 뵙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여행에는 대학원친구가족과 같이 오게 되어 그들과 같이 옥연정과 하회마을의 역사와 전통, 아름다움, 그리고 마음이 따뜻하신 두분을 소개시켜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옥연정에 도착하자마자 반갑게 맞아 주시는 사모님을 만났으나 지난 8월에 인사드렸던 14대 종손께서 그로부터 보름 후에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듣게 되어 너무도 안타까웠다. 겨우 한달 보름만에 다시 찾은 충효당인데 이번엔 문상을 드리게 된 셈이다. 한편으로는 종손이 돌아가시면서  대를 이어 숙명적으로 종손이 되셔야하는 류창해 선생님께도 왠지모를 안쓰러움과 경의를 느꼈다. 종손이 돌아가시고 한달이 겨우 지난 상중이신데도 반갑게 맞아주시니 그 고마움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었다. 특히 사모님은 우리가 기거한 이틀내내 아침상을 임금님 수랏상처럼 후하게 차려주시고 직접 내려주신 국화차의 향기도 일품이거니와 무엇보다 고마웠던 점은 단지 하루를 거쳐가는 숙박객으로서가 아니라 멀리서 찾아온 친구처럼 가족처럼 그렇게 따뜻하게 우리를 대해주셨다는 점이다.

 

그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안동여행 얘기며 옥연정의 특별함에 대해 지인들에게 말하고 있으나

나는 사실 옥연정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 것을 내심 원치 않을 만큼 나만의 비밀스런 장소로 숨겨 놓고 싶은 심정이다.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나면 내가 오고 싶어도 아무때나 쉬러 오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이기적인 걱정거리와 함께 유네스코에 등재된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행여 훼손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 또한 지금 우리가 옥연정에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과 여유,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옥연정을 찾는 분들에게 그 특별함에 대해 두번이나 찾은 체험자로서 조언을 하자면,

 

옥연정의 역사적 가치를 알라

역사를 아는 만큼 느끼는 감동과 소회가 남다르다. 옥연정이 흔한 한옥스테이와 고택과 달리 특별하다는 것은 임진왜란 전인 1586년 선조 19년에 지어져 무려 428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데다 서애 류성룡선생이 직접 기거하시면서 임진란을 다룬 가장 중요한 서적인 징비록을 직접 저술한 곳이기 때문이다. 서애선생은 임진난 당시 영의정으로서 당시 임진란 전후의 국방, 정치,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당시 상황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KBS에서 다시 방영되고 있는 불멸의 이순신을 보면 그 시대상이 그대로 그려지고 있다.

 

♦ 풍산류씨 종가 

옥연정이 흔한 고택과 다른 점은 600여년 전 고려말 안동에 정착해 하회마을을 만든 풍산류씨의 종손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풍산류씨 종가는 지난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여왕이 한국을 찾았을 때 직접 하회마을 충효당을 찾았을 만큼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와 전통을 잘 보존하고 있는 대표적 종가이며 그 종손부와 함께 서애선생과 가문의 역사를 논하는 것 자체가 귀한 시간인 것이다. 종부가 차려주시는 5첩반상, 한잔 하자며 내오시는 직접 빚는 가양주, 다과에 내오시는 차와 떡 이 모두가 수백년 이어온 종가의 역사인 것이니 어찌 귀하지 않은가.

 

♦ 천혜의 자연환경 

서애선생은 옥연서당기에서 옥연정의 천혜의 위치와 아름다움을 이같이 서술했다. 400여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옥연정은 서애선생의 기록처럼 앞으로는 호수의 풍광을 안고 뒤로는 높은 언덕을 짊어지고 우로는 붉은 벼랑(부용대)이 솟아 있고 좌로는 새야한 모래가 그대로 남아 있다.

 

내가 이미 원지정사(遠志精舍)를 짓고서도 한이 되는 것은, 마을이 멀지 않아 그윽한 정취를 누리는 일이 흡족하지 못해서였다.
그러다가 북쪽 물가를 건너 돌벼랑의 동쪽에서 아주 별난 곳을 발견했다. 그곳은 앞으로는 호수의 풍광을 안고, 뒤로는 높은 언덕을 짊어지고, 오른쪽으로는 붉은 벼랑이 솟아 있고, 왼쪽으로는 새하얀 모래가 띠를 두르고 있었다. 남쪽을 바라보면 수많은 산봉우리들이 들쭉날쭉 늘어서서 마치 두 손을 공손하게 마주잡고 읍(揖)하는 듯한 모습이 한 폭의 산수화 같다. 점점이 보이는 어촌 풍경은 나무 사이로 가물가물 보일락 말락 하고, 화산(花山)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달리다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대했다. 매월 달이 동쪽 봉우리에서 떠올라 차가운 그림자를 호수에 거꾸로 반쯤 드리우고, 잔잔한 물결 위로 금빛(달)과 옥빛(호수)이 서로 머금고 있는 듯한 풍경은 참으로 완상(玩賞)할 만하다. 그곳은 사람이 사는 마을과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깊은 못이 막고 있어서 오려고 해도 배가 없으면 올 수 없다. 배를 북쪽 강기슭에 묶어 두게 되면, 손님이 와서 모래밭에 앉아 목청껏 부르다가도 아무런 대답이 없으면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이내 돌아가게 된다. 이 또한 세상을 피해 그윽이 거처하는 일에 한 가지 도움이 될 만하다.


 KBS드라마 징비록

내년 1월부터 KBS에서 징비록을 드라마로 방영한다고 한다.

서애선생의 일대기와 임진왜란, 그리고 옥연정사의 아름다운 모습을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서애선생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는 처음이지 않은가.

 

 

PS. 류선생님&사모님,

아래 사진 참 정겨워 보여서 첨부했네요.

제가 좋아하는 평상에서 차를 직접 우려주시는 사모님과 지긋이 쳐다보시는 선생님 모습이 한폭의 그림처럼 보기 좋아서요.

두번째 사진 친구한테 보여주니까 가족사진 같다네요.

다연이네 가족과 함께 언젠가 옥연정사 고택음악회하러 갈 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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